에세이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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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사랑니/이경숙

에세이향기 2023. 6. 7. 14:54

사랑니

 

                                                           이경숙

 

 

겉으로 솟지 않는 이름까지 알 수 있다면...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보이는 입안 저쪽

무언가 캄캄한 뿌리를 건드리고 다닌다

 

 

판독기에 X-ray 환하게 내걸린다

간단히 흑백으로 드러나는 뿌리 끝

무엇을 잡으려는지 암팡지게 휘어 있다

 

 

한시도 쉬지 않고 들쑤신 게 너였구나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라는

밑둥치 아득한 데서 외침이 솟구친다

 

 

뺨에 멍들이고 두두룩히 부어오른다

여러 날 애먹인 후 빠져 나간 사랑니

그렇다. 안타까울수록 놓는 순간이 아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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