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
이경숙
겉으로 솟지 않는 이름까지 알 수 있다면...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보이는 입안 저쪽
무언가 캄캄한 뿌리를 건드리고 다닌다
판독기에 X-ray 환하게 내걸린다
간단히 흑백으로 드러나는 뿌리 끝
무엇을 잡으려는지 암팡지게 휘어 있다
한시도 쉬지 않고 들쑤신 게 너였구나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라는
밑둥치 아득한 데서 외침이 솟구친다
뺨에 멍들이고 두두룩히 부어오른다
여러 날 애먹인 후 빠져 나간 사랑니
그렇다. 안타까울수록 놓는 순간이 아픈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