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항 / 박일만
잇몸을 활짝 열고 반기는 방파제 안쪽, 문득 그 여린 살 속으로 나를,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밀어 넣고 싶은 거 있지. 오장육부를 꺼내 짭조름한 해풍에 내다 말려서 빛바랜 세간 밑천 삼고, 내륙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말이야
큰 삶은 원치 않아. 남은 생 부려놓고 실팍하게 기댈 언덕과 바다로 창을 낸 쪽방 하나면 족해. 은사철 꽃잎 같은 여자 있으면 더더욱 민망하게 좋지. 바다를 껴안고 뼈 삭히는 폐선 하나, 세월 낚는 참선에 득도하겠네. 건재한 어깨 근육을 말리는 무쇠 닻들, 녹슨 몸에서도 무지개 필거라며 뻘건 휴식에 여념없네
아직도 철들지 못한
내 쓸쓸함을 채워주는
30번 국도가 잠시 뒤튼 몸을 고르는
거기 변산 모항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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