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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의 나이테 / 복효근

에세이향기 2023. 10. 14. 10:17

연어의 나이테 / 복효근

 

 

잘라놓은 연어의 살 속엔

나이테 무늬가 있다

연하디 연한 연어의 살결에

나무처럼 단단한 한 시절이 있었다는 뜻이리라

중력을 거부하고 하늘로 솟구치던 나무를

눈바람이 주저앉히려 할 때마다

제 근육에 새겨 넣은 굴렁쇠같이 단단한 것이

나무의 나이테이듯이

한사코 아래로만 흐르려는 물길을 거슬러

폭포수를 뛰어넘는 연어를

사나운 물살이 저 바닥으로 내동댕이칠 때마다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솟구쳐

여린 살 속에 쓰라린 햇살이 짱짱한 나이테로 쌓였으리라

켜놓은 원목의 나이테가

제가 맞은 눈바람을 순한 향기로 뿜어내놓듯이

그래서

연어의 살결에선 강물냄새가 나는 것이다

죽은 어미연어의 나이테를 먹은 치어가

폭포수를 뛰어넘어

다시 그 강에 회귀하는 것은 다 그 때문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