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의 나이테 / 복효근
잘라놓은 연어의 살 속엔
나이테 무늬가 있다
연하디 연한 연어의 살결에
나무처럼 단단한 한 시절이 있었다는 뜻이리라
중력을 거부하고 하늘로 솟구치던 나무를
눈바람이 주저앉히려 할 때마다
제 근육에 새겨 넣은 굴렁쇠같이 단단한 것이
나무의 나이테이듯이
한사코 아래로만 흐르려는 물길을 거슬러
폭포수를 뛰어넘는 연어를
사나운 물살이 저 바닥으로 내동댕이칠 때마다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솟구쳐
여린 살 속에 쓰라린 햇살이 짱짱한 나이테로 쌓였으리라
켜놓은 원목의 나이테가
제가 맞은 눈바람을 순한 향기로 뿜어내놓듯이
그래서
연어의 살결에선 강물냄새가 나는 것이다
죽은 어미연어의 나이테를 먹은 치어가
폭포수를 뛰어넘어
다시 그 강에 회귀하는 것은 다 그 때문이 아니겠는가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닥을 친다는 것에 대하여 / 주용일 (1964~2015) (0) | 2023.11.08 |
---|---|
구두 밑에서 말발굽소리가 난다 / 손택수 (0) | 2023.10.20 |
계단 외 9편 / 박일만 (5) | 2023.09.26 |
청보리밭 외 2편/사윤수 (0) | 2023.09.24 |
살구/이은규 (1) | 2023.09.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