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를 말다 / 최정란
택배로 관棺 하나가 배달되었다. 삼 킬로그램의 진혼곡을 개봉한다.
잘 건조된 미라들, 종이 수의 안에 빼곡히 몸을 눕히고 있다. 손에
집히는 시신 몇 구 끓는 물 속에 던져넣는다. 수장이다. 물에서 났
으니 물로 돌아가라. 아득한 남해 바다 죽방렴의 기억이 은빛 지느
러미를 꿈틀거린다. 쉴 새 없이 아가미를 벌름거리며 출렁거리는 삶
의 파도소리를 실토한다. 한참을 뼛속깊이 뜨거운 절망 속에서 펄펄
끓었을까. 한 방울의 비린 심연까지 다 쏟아내고 거품으로 끓어오르
는 주검을 건져낸다. 얼마나 오래 영혼을 우려내며 국수발처럼 살아
야 하나. 남의 생의 내력에 잔치국수를 만다. 멸치국물에 국수를 잘
말던 그를 우려낸 연못에 그 해 유달리 큰 연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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