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 작가의 디카시 한 편_206
단풍 단상
멀리서 바라볼 땐 곱기만 하더니
가까이 가서 보니 흠투성이네
하긴, 세상에 좋은 사람은 많아도
알고 보면 완벽한 사람은 없더라
- 정현숙
멀리서 보면 곱고 예쁘기만 한 단풍도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저렇게 흠이 많다는 걸 새삼 깨닫습니다. 이걸 사람살이에 비유하고 보니 더더욱 와 닿네요. 그래요. 세상에 흠 없는 사람 어디 있겠어요. 다만, 그 흠결이 얼마나 적은가 많은가에 달렸겠지요. 조금 떨어져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때는 몰랐던 그 사람의 단점이 어느 선 안으로 들어가서 조금 가까워졌다 싶으면 발견하게 될 때가 있는데 사람에 대한 실망은 좀 오래 가더라구요. 얼마 전 믿고 있던 사람이 나 몰래 뒤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인 일이 있어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니까 뭐 그런 걸로 속을 끓이나 싶어지더라구요. 시간이 약일까요. 저렇게 흠투성이도 얼마 안 가 다 떨어지고 없어질 테니 조금 멀리 떨어져서 적당한 거리에서 지켜보기나 해야겠습니다. 어느 사이 가을이군요. 이 가을도 잠깐이면 끝이 날 테니 먼 풍경으로 아름답게 기억하겠습니다.
글.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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