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탁 못
―이경옥(1959~ )
땔감으로 부려놓은 폐자재 서까래에
뒤틀린 대못 하나 불편하게 박혀 있다
녹슬은 시간에 기대어
항변도 변명도 않고
대들보 깊숙이 박혀 안착하지 못하고
한데로 내쳐진 채 노숙으로 뒤척이다
수습할 식구도 없이
잿불 속에 파묻힐
의탁은 못의 운명이다.
어딘가에 박혀야 제 노릇을 하는 못.
무기처럼 단련된 채 박히길 기다린다.
뾰족한 끝과 망치를 받아낼 머리도 못질 끝에 거듭나는 것이다. 그
럴 때는 대못이나 나무못보다 쇠못이 제격이다.
'무의탁 못'이 우리 주변의 '무의탁' 삶들을 일깨운다.
'폐자재 서까래'속의 못도 의탁이 끝나고 버려진 생.
한때 누군가의 집을 어엿이 받든 '대못'도 다 쓰이고 나니 '잿불 속에 파묻힐' 일만 남은 게다.
'수습할 식구도 없이 ' 내쳐진 땔감 속의 '뒤틀린' 못에 '노숙'이 겹친다.
독거 노인의 고독사도 스친다.
봄꽃 다 지는 사이 홀로 뒤척이다 저무는 이가 많다ㅏ.
그런 세간에 대못을 치는 것도 빼는 것도 사람의 일이다.
큰 못에 옷을 걸었듯, 우리는 부모.형제에게 마음을 걸고 왔다.
든든한 대못을 보며 뭉클 젖는 가정의 달 오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