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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에 대한 단상 / 정성수

에세이향기 2022. 11. 15. 03:06

못에 대한 단상 / 정성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쓸 영정 사진을 걸려고

안방 벽에 못을 박았다

못머리를 쳐대자

콘크리트 벽은 

아직은 못을 받아드릴 때가 안 되었다는 듯이

구부러지고 만다

못을 바르게 세워 쳐 댈수록

제 몸의 상처를 용납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벽

사정없이 망치질을 해 대자

못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듯이

날카로운 끝을 생살에 받아들인다

올곧게 서 있는 못에

아버지의 일생을 걸어두자

굽은 못도

바로 세워 주기만 하면

제 할 일 다 할 수 있다고

자존심을 세운다

참 다행이다

작은 못 하나가

방안에서는 영정사진걸이가 되고

부엌에서는 냄비걸이가 되고

뒤안 벽에서는

삽걸이 호미걸이가 되다니

못의 위대한 힘이 꽃으로 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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