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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녘의, 책 /박기섭​​

에세이향기 2022. 11. 10. 14:58

서녘의, 책 /박기섭

굳이 말하자면

나는 이미

낡은 책이다

그러니까 그 책 속의

내 시도

한물간 시다

귀 터진 책꽃이 한쪽에

낯익고도 낮선 책

날을 벼린다손 금새 또 날이 넘는,

은유의 칼 한 자루

면지에 박혀 있다

찢어진 책꺼풀 사이로

붉게 스는

좀의 길

그 활판 그 활먹자

향기는 다 사라지고

희미한 종이 재만 갈피에 푸석하다

터진 듯 덧댄 풀 자국

바싹 마른

서녘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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