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 김이랑 하루 쟁기질 마치고 돌아와 거울 앞에 앉는다. 반백 머리칼에 눈가에 주름 몇 줄, 사내 하나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너는 누구냐. 왜 여기 있는가. 외롭지 않느냐고 넌지시 물으면 사내도 되물어온다. 둘은 같은 질문에 같은 대답만 되풀이하다 피식 웃음 짓고 만다. 아침이면 햇살 받아 입고 세상으로 나간다. 한데 모여서 일하고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춘다. 다시 흩어져 걷다가 문득 하늘을 보면 망망 암흑 바다에 떠있는 별들, 별을 등지고 집으로 돌아와 거울 앞에 앉으면 또 섬, 섬이기 싫어 바깥으로 나가지만 되돌아오면 섬이 되는 일상을 되풀이한다. 서로 외롭지 말자고 섬과 섬이 만난다. 섬과 섬은 섬을 낳고 섬은 섬이 되기 위한 걸음마를 연습한다. 섬을 떠난 섬은 삶의 바다를 항해하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