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 장미숙 새벽은 고양이 발걸음처럼 조용히 온다. 한껏 발효된 공기가 어둠의 등을 들어올리면 그 사이로 가만가만 스며든다. 바닥에 엎드려 있던 새벽이 높은 빌딩까지 올라가려면 살아 있는 것들의 생생한 숨소리가 필요하다. 밤의 지친 육신을 벗고 생기로워지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이 빛을 깨운다. 새벽은 얇고 투명하다. 두꺼운 어둠을 뚫고 나왔기에 새초롬하고 새뜻하다. 밤이 지쳐 나가떨어질 즈음, 남은 마지막 기운이 새벽의 살 속으로 옮겨온다. 폐기 처분된 희망과 촉을 세우려는 절망의 경계가 흐려지는 시간을 지나고 나면 새벽은 없는 듯 찾아온다. 저녁이 소멸하면서 잉태한 희미한 빛 속에는 가버린 시간과 남아 있는 시간이 넘나든다. 저녁의 발길질에 차여 상처가 난무하는 도시의 옆구리 속에는 비애가 웅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