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향기

문향이 넘나드는 선방입니다

2024/07/24 2

등대바라기 / 변재영

등대바라기 / 변재영 등대는 기다림이다. “철썩철썩 쏴아아~” 발밑에 초록빛 바다가 출렁인다. 내 유년의 아픔이 섬처럼 동동 떠있는 고향 바다, 그리움이 입맛을 당기듯 짭조름한 갯내가 후각을 파고든다. 쪽빛 바다에 갈맷빛 하늘, 기다림의 상징인 빨간 등대, 맴돌이치는 갈매기들의 군무, 갯바위를 훑는 파도의 몸짓까지 아버지의 짧은 생이 웅크린 낯익은 바다가 아니던가. 보물섬 남해 끝자락, 일명 몰갯넘이 내 고향이다. 모래톱에 일군 동네라 붙여진 이름이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작은 어촌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면청을 비롯하여 현대식 건물이 숲을 이루고 있다. 물매진 언덕을 오른다. 밤새 혼신의 힘으로 타올랐던 등대가 쉬고 있다. 철망 같은 섬에 갇혀 뭍을 향해 훨훨 날고 싶었던 까까머리 소년을 기억할까. 문득..

좋은 수필 2024.07.24

등대의 종교/허은규

등대의 종교/허은규 숱한 서사가 채워지듯 수면의 배들이 직선과 나선을 그린다. 바다로 나서는 걸음마다 나직한 독송이었다. 등대의 속살은 사시사철 치성하는 느티나무의 줄기이다. 높이 솟은 그 모양은 우미한 촛대이거나 돌을 정교하게 세공하여 도색한 이국의 기념품이다. 높은 등탑은 가뭇한 바다 수면을 명랑하게 일깨우는 청동의 종탑을 떠올리게 한다. 남해 바다로 낚시를 갈 때마다 등대는 비린내를 휘감고 어촌의 사절인듯 감읍하며 반겨준다. 방수의 페인트로 겹칠 된 탑실을 들여다보면 바깥의 사정과 무관한 침묵과 평온이 곤곤하게 공동을 채운다.단단한 육지를 밟고 선 여행자의 깜냥에 등대는 볼거리를 풍요롭게 북돋는 조형물이거나 내해를 조망하는 전망대로 보이기 쉽다. 바다 등롱이 내뿜는 절실함이 도보하는 행인의 심중으로..

좋은 수필 2024.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