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바라기 / 변재영 등대는 기다림이다. “철썩철썩 쏴아아~” 발밑에 초록빛 바다가 출렁인다. 내 유년의 아픔이 섬처럼 동동 떠있는 고향 바다, 그리움이 입맛을 당기듯 짭조름한 갯내가 후각을 파고든다. 쪽빛 바다에 갈맷빛 하늘, 기다림의 상징인 빨간 등대, 맴돌이치는 갈매기들의 군무, 갯바위를 훑는 파도의 몸짓까지 아버지의 짧은 생이 웅크린 낯익은 바다가 아니던가. 보물섬 남해 끝자락, 일명 몰갯넘이 내 고향이다. 모래톱에 일군 동네라 붙여진 이름이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작은 어촌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면청을 비롯하여 현대식 건물이 숲을 이루고 있다. 물매진 언덕을 오른다. 밤새 혼신의 힘으로 타올랐던 등대가 쉬고 있다. 철망 같은 섬에 갇혀 뭍을 향해 훨훨 날고 싶었던 까까머리 소년을 기억할까. 문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