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가 있는 여름 / 배혜숙 햇살이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날씨는 싱싱하다 못해 퍼덕퍼덕 살아있다. 그래서 여름은 밝다. 오만한 하늘이 세상을 굽어보는 날, 열무김치를 담는다. 냉장고 속, 여러 개의 김치통에서 제각기 다른 맛의 열무김치가 익어가고 있는데 시장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무청이 생생한 열무를 산다. 씹으면 아삭아삭 상큼한 맛을 낼 것 같은 연한 줄기와 그 줄기에 매달린 파릇한 초록의 잎사귀가 생명의 소리로 나를 부른다. 가지런히 묶여서 좌판 위에 놓여 있는 열무를 보면 생각 없이 두 단을 사고 만다. 열무를 풀어헤치자 식구들이 한심한 듯 쳐다본다. 여름내 밥상 위에 올린 반찬은 거의 열무김치였다. 끼니때마다 열무 비빔밥이나 열무 국수, 심지어는 샌드위치에도 열무김치를 듬뿍 넣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