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향기

문향이 넘나드는 선방입니다

2024/07/03 2

호미論/윤정인

호미論/윤정인      호미가 콕콕 텃밭을 쫀다. 흡사 새의 부리 같다. 날이 움직일 때마다 햇살이 사금파리처럼 튄다. 쇠비름, 바랭이가 속절없이 뽑힌다. 긴 뿌리 민들레도 서너 번 호미질에 투항하고 만다. 이랑에 일순 긴장이 돈다. 전원으로 이사 온 후론 텃밭에 나가는 일이 잦아졌다. 도심에선 경험하지 못했던 일상이다. 우기에 접어드는 육칠 월은 며칠만 발걸음을 늦추면 잡초로 덮여 묵정밭이 돼버린다. 대파모종보다 잡초가 더 웃자라버린 이웃 텃밭이 흉하다. 그 꼴이 나지 않게 얼마 전 양파를 수확하고 비워 둔 곳을 뒤적거린다. 호미는 잡초를 뿌리째 뽑고 땅속 깊이 든 감자나 고구마를 손쉽게 캐내게 한다. 생김새에 따라 그 쓰임이 다르다. 끝이 뾰족한 ‘막호미’는 작물을 캐거나 흙을 팔 때 사용한다. ‘..

좋은 수필 2024.07.03

붉은 모과/강현자

붉은 모과/강현자 창밖에 걸린 봄볕이 주춤주춤 겨울을 밀어낸다. 봄을 찾아 나섰다. 우암산 아래 용화사에 가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겠지. 미륵불 뒤로 능수벚나무가 긴 머리채를 죽죽 늘어뜨렸다. 가지마다 꽃망울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듯 가쁜 숨을 몰아쉰다. 광채가 난다. 달달한 봄볕에 취해 자몽한데 은근한 향이 나를 이끈다. 코를 벌름거리며 향을 따라 발길을 옮겼다. 오케스트라가 처음 시작될 때의 크레센도 연주처럼 희미하던 향기가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자극적이지 않다. 낯설지도 않다.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둘러보았다. 뭘까?마른 풀더미 위에 모과 서너 개가 아무렇게나 놓여있다. 그런데 붉다. 봄볕을 얹은 색이 더욱 화려하면서 1월의 탄생석 가넷처럼 붉다. 붉은 모과라…. 처음 보는 붉은 모과가 궁금했다...

좋은 수필 2024.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