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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이론

수필의 철학성과 문학성/안성수

에세이향기 2023. 7. 9. 08:47

수필의 철학성과 문학성 

 

 

 

 

1. 눈물

  

지난겨울 어느 날이었습니다. 나는 강의 중에 그만 눈물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손수건으로 닦아내도 눈물은  멈추질 않았습니다. 나는 강의를 중단한  고개를 숙이고는 마음을 다잡으려고 애써보았지만 허사였지요. 강의실 분위기는 삽시간에 숙연해지고 말았습니다. 창피한 생각은  번째였습니다. 우선, 눈물을 막는 것이 급했으니까요. 선생이 강의를 하다말고 울먹이기 시작하니 강의실 이곳저곳에서 눈물을 닦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더러는 참으려고 애를 쓰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속수무책이란 말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가 봅니다.

 

 

   일로 인하여   수업을 망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정도 눈물을 수습할  있었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젠 목이 가라앉아서 목소리를 제대로  수가 없었습니다. 설상가상이라 했던가요. 감정이 상기되어 얼굴까지 후끈거리는 바람에 고개를 들기가 어려웠습니다.   분쯤 그렇게  자신을 감당하지 못한  쩔쩔 매고 말았습니다. 작법 시간에 감정을 절제하라고 누누이 가르친 것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강의실을 어떻게 빠져나왔는지는 거의 기억조차 없습니다. 대학 강단에   스물다섯 해만에 처음 겪는 일이었습니다.

 

     당한 낭패는  작가 때문이었습니다. 죽음과 싸우고 있는 그의 삶과 예술을 설명하면서, 아니 그를 돕기 위한 음악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갑자기 눈물샘을 건드렸던 모양입니다. 그를 향한 연민의 감정이 판서해 놓은  구절과 맞아 떨어지면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그는 제주에 내려와 이십여  동안 사진만을 찍어오다가 루게릭병에 걸려 장기투병 중에 있었습니다.  와중에도  번의 전시회와  권의 수필집을 선보였으니 앞으로는 사진작가 옆에 수필가란 말을 붙여줘도 좋을 성싶습니다.

 

   지금도 피골이 상접한 그의 얼굴을 떠올리면  말을 잊곤 합니다. 사람이 그렇게도 마를 수가 있더군요. 얼굴에 핏기가 사라진 것은 오래 전의 일입니다. 팔과 가슴에 앙상하게 드러난 뼈를 보고 있노라면 끈질긴 생명의 실체를 보는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인가에 미친 듯이 몰입하여 목숨까지 걸었던  사람의 우직한 영혼을 보게 됩니다. 그가 추구하는 예술의 무엇이 그를 이렇게 죽음과 당당히 맞서게 했는지가 궁금해집니다.

 

   내가 그의 독자가  것은 순전히 그의 작품을 통해서 만나게  사진 속의 철학과 예술성 때문이었습니다. 그의 청춘과 목숨을 송두리째 바쳐 터득한  줌의 사상과 미학적 진실 때문에 나는 그의 포로가 되고  것이지요. 제주의 비바람과 안개와 햇빛이 대지와의 교합을 통해 만들어 내는 절묘한 풍광 속에서 그는 조물주가 숨겨놓은 비밀정원을 보았노라고 말합니다.   막히는 절정을 숨어 보다가 어느  주인에게 들켜버린 셈이지요.

 

   이젠 뼈에 붙어있던 근육들이 촛농처럼 녹아 없어지고 뼈마디가 굳어가는 바람에 밥숟가락조차 들어올리기가 쉽지 않은 처지입니다. 신기한 것은  모진 싸움에서도 그는 아직도 꼿꼿한 다리 힘과 빛나는 눈망울을 잃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는 수많은 작품들보다도 5년째 영혼의 힘을 다해 싸우고 있는 그의 모습이  아름다운 예술로 다가옵니다. 병원에서 선고한 속세의 시간을 넘긴 지도 2년이 되어갑니다. 하기야, 스무  동안 극도의 가난과 외로움 속에서 치열하게 투쟁하며 키워온 영혼이라면 그렇게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도 같습니다.

 

    가련한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부끄러움과 공포를 동시에 느끼곤 했습니다. 처음엔 그의 죽어가는 육신의 초췌함을 보고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그가 찍어놓은 20 장의 사진도   아닌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러다가 갤러리에 자주 드나들면서 그의 작품들이 소리 없이  마음의 방에 걸리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그의 작품 속에 숨어 있던 미지의 언어들이  가슴 속에 들어와 영적인 대화를 청하면서 그에 대한 연민은 공포와 부끄러움으로 바뀌기 시작했지요. 나는 아직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 목숨을 걸어  적이 없습니다. 나는 아직도 내가 사랑하는 문학을 위해 그렇게 처절하게 매달려  적도 없습니다. 나는 아직도 나의 예술과 학문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렇게 단호하게 결별해  적도 없습니다. 그런 내게  작가의 삶의 방식은 오직 부끄러움과 공포의 대상이 되고도 남았습니다.

 

   나는   번째「수필 오디세이」를 내게 심한 부끄러움과 공포의 의미를 가르쳐  그에게 바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그의 생명의 부활을 위해 기도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이글은 그의 꺼져가는 영혼을 생각하며  기도문의 일부입니다. 내가 강의 중에 갑작스레 눈물을 쏟았던 것도 따지고 보면 그의 쓸쓸한 영혼 때문이지요. 식음을 잊은  카메라의 셔터 위에 중지손가락을 얹고 무엇인가를 찾아 황야를 헤맸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던 때문이지요. 제주의 산과 바다를 무수히 헤집고 다니면서 대자연 속에서 홀연히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비밀정원의 황홀경을 애타게 기다리며 숨죽여야 했던 그의 외로움을 떠올리던 순간, 눈물이 불끈 치솟았던 것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가 살아나야  이유가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그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 점점 잊혀져 가는 낙원에의 꿈을 카메라에 숨겨 독자들에게 보여준 공로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어도의 황홀한 빛을 몰래 퍼다 관객들에게 보여준  시대의 프로메테우스. 내가 그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이젠 그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아직도 이기심에 사로잡혀 나만의 유토피아를 꿈꾸는  자신의 부끄러운 영혼을 위해서지요. 다시  안부가 궁금해집니다.

 

   「수필 오디세이」의 서두에서 눈물이라는 수필작품을 만나 당황했을 겁니다.  작품은 사진작가 김영갑을 모델로  것입니다. 그가 나의 시선을  것은 그의 예술 속에 깃든 범상치 않은 철학성과 예술성 외에도,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을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작가라는 점이었습니다. 인생과 예술을 합일시키려고 고집스럽게 살고 있는 그를 보면서 이것이  예술가의 삶이겠거니 했습니다. 적어도 진실한 수필가는 그렇게 닮아가야 된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이번 오디세이의 주제가 수필의 철학성과 문학성이니 상징성을 불어넣기에는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수필의 철학성

 

 

   주제의 관점에서, 좋은 수필은 삶에 대한 철학성을 내포한 작품이다. 수필작품 속에서 만나게 되는 철학성은 궁극 세계에 대한 논리적이고 사변적인 딱딱한 개념 해명보다는 오히려 작가의  속에서 체험적으로 이루어진 철학적 사유와 인식, 혹은 깊은 통찰을 통해 획득한 삶에 대한 이치(지혜) 깨달음, 그리고 체험 속에서 터득한 예리한 안목 등의 형태로 다양하게 형상화 된다. 이러한 철학성은 작품 주제를 심화시키고 독자의 상상력을 확장시켜서 결과적으로 문학성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문학작품 속의 철학성은 일차적으로 삶에 대한 깊은 음미를 통해서 획득된다. 그것은 작품의 주제를 근원세계에 접근시켜 주기도 하고, 때로는 미지의 낯선 대상이 이끄는 철학적 의미 속으로 독자를 인도하기도 한다. 또한 수필가가 작품으로 형상화 하는 철학성은 시행착오적이고 반성적인  속에서 건져 올리는  줄기 지혜의 빛과도 같은 것이다. 다시 말하면, 수필의 철학성은 작가가 글쓰기라는 예술적 수행 과정을 통해 발견하게 되는 지혜의 보물이나 은총 같은 것이라고   있다. 그러한 은총은  야스퍼스의 지적처럼 현실의 근원을 꿰뚫어 보는 생활 속에서 연속적인 사유와 반복적인 자기 성찰의 결과로서 획득된다. 그러므로 수필작품 속의 철학성은 다양한 창작과정을 통해서 생성되는 문학적 형상화의 산물이다.

 

    특히,  과정에서는 작가의 인격의 깊이와 넓이, 그리고 대상과 세계에 대한 철학적 인식력 등이 작품의 철학성 생성의 변수로 작용할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작가는 대상이 내포하고 있는 상징성을 우주의 삼중 네트워크와 연결시켜 해석하게 된다.

 

 

 

   첫째는 철학적인 문제의식을 작품의 주제로 삼아 본격적으로 추구하는 작품 속에서 발견된다. 이러한 예는 괴테나 사르트르, 릴케, 카프카, 카뮈 등과 같은 이른바 철학가로 불리는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발견된다. 괴테는 그의『파우스트』에서 존재, , , 구원의 문제 등을 직접 주제로 형상화 하고, 릴케는『말테의 수기』나『오르페우스를 위한 소나타』 등에서 실존철학적 죽음을 주제로 탐구하고 있다. 이러한 탐구의 주제들은 칸트가 철학의 기본 분야로 제시한  가지 질문과도 통한다. , “나는 무엇을   있는가?” “나는 무엇을 행해야 하는가?” “나는 무엇을 희망해도 좋은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등으로써, 형이상학, 도덕, 종교, 인간학 등이 철학의 4 기본 탐구 과제임을 밝힌  있다. 괴테의 작품은 칸트가 제시한 이상의 주제들을 골고루 내포한 특성을 갖는다는 점에서도 명작으로서의 풍부한 철학적 의미를 지닌다고   있다.

 

   둘째는 제재에 대한 철학적 성찰과 인식과정을 보여주는 작품 속에서 철학성을 발견할  있다. 이런 예는 어떤 제재를 앞세워  근원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인식과정을 보여주는 명상류의 수필에서 발견된다. 이른바 삶과 존재에 대한 명상적 사유를 즐기는 작가들의 중수필류가 여기에 속한다고   있다.

 

   셋째는  속에서 만나는 철학적 상황의 체험들, 이를테면 새로운 삶의 지혜나 안목의 발견, 깊은 깨달음과 이치의 터득 등도 철학성을 풍요롭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이러한 예는 현대 수필작품 속에서 비교적 많이 발견되는 것들로서,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철학적 인식의 결과라기보다는  속에서 체험적으로 터득한 인생에 대한 단편적인 깨달음의 산물들이다.

 

   따라서, 철학성의  번째 표상 범주는 예술 작품 속에서 철학적 주제를 본격적으로 추구한다는 점에서 적극적 의미의 철학성으로, 반면에  번째와  번째 범주는 비체계적인 소극적 의미의 철학성으로 설명할  있다. 문제는 박이문 교수의 지적처럼, 문학이 인생을 서술하는 이상, 그리고 인생의 근본적인 중요한 문제의 하나가 철학적일 수밖에 없는 이상,  인생을 서술하려면 철학적인 문제가 작품의 테마로 형상화  것임은 피할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철학이 아닌 문학이 숙명적으로  작품 속에 철학성을 내포하기 마련이고, 작가는 글쓰기를 통하여 철학적 성찰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한편, ‘문학 속의 철학 문학철학 구별되는 개념이다. 전자는 문학 속에서 발견되는 철학적 의미나 요소,  문학작품 속에 함유된 철학성에 대한 탐구를 목표로 한다면, 후자는 문학이나 예술을 철학적 체계 하에서 논의하는 예술철학의  분야라고   있다. 문학 속의 철학이 작품 속에 형상화된 인생에 관한 철학적 의미 해석에 관심을 두는 반면, 문학철학은 문학의 본질에 관한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해명을 목표로 언어적인 개념 분석과 해명을 대상으로 한다.

 

   이러한 철학적 요소들이 문학작품 속에 함유됨으로써 작품 주제는 적절한 무게와 깊이를 지니게 됨은 물론, 더욱 깊고 넓게 사유하는 정신적 공간을 확보하여 결과적으로 문학성을 풍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철학성도 작품 속에서 문학성과 유기적으로 통합되지 않으면  기능을 발휘할  없다는 점에서 문학성 논의의 필요성이 요청된다.

 

3. 수필의 문학성

 

   이제,  번째 과제로 넘어가야 하겠습니다. 여기서 다루게  수필의 문학성은 앞서 언급한 철학성을 문학작품의 의미와 상징구조 속에 수용하여 감동을 창조하는 보다 근본적인 문학의 동력이라고   있습니다. 철학성이 문학성 속에 스며들고, 문학성 속에 철학성이 스며들어 불가불리의 유기적 관계를 형성할   편의 수필은 바람직한 감동의 구조를 획득하게 됩니다. 동시에 철학성이 수필세계의  축을 이루되 그것이 문학성 속에 조화롭게 녹아들어 문학성의 일부로 통합될  미적 감동은 극대화   있습니다.

 

   미적 감동의 관점에서, 좋은 수필은 문학성이 풍부한 작품이다. 문학성은 강력한 감동을 창조하는 원동력으로서 문학작품의 존재 이유가 되기도 한다. 러시아 형식주의자인 로만 야콥슨에 따르면, 문학성(literariness) 기술된 어떤 것을 문학작품이게 만드는 으로서 문학적 감동을 생성하는 본질적 실체이다. 따라서 문학성은 문학작품에 예술성을 부여하는 본성이나 성질이라고   있다. 다시 말하면, 문학작품은 문학성에 의해 예술성을 획득하게 되고 미적 감동의 동력을 획득하게 된다. 빅토르 슈클로프스키가 예술을, ‘어떤 대상의 예술성을 경험하는 방법으로 정의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있다.

 

   우선문학성은 이야기의 미적 조직원리나 기법과 깊은 관련성을 지닌다. 작가는 소재로서의 이야기를 예술적 이야기로 변형시키는 고유한 방식과 과정을 통해 가장 풍부한 문학성을 창조한다. 모든 문학작품 속에는 원재료로서의 이야기인 스토리와 그것을 예술적으로 변형시켜서 재창조한 플롯이 존재한다. 전자가 미학성이나 예술성이 가미되지 않는 생소재라고 한다면, 후자는 그것에 여러 가지 창작기법과 미적 의도를 부가하여 문학성을 함유한 예술적 이야기로 재창조한 것이다. 그러나  과정에서 작가의 플롯 조직 능력이 아무리 우수해도 그것을 문장으로 표현하는 형상화 능력이 부족하면 문학성의 성취는 반감될 수도 있다. 적절한 비유와 상징성이 풍부한 함축적인 문장과 단어의 미적 배열, 작가의 인격적 향기를 머금은 격조 높은 표현능력 등도 문학성을 배가시키는 요인들이다. 절묘한 이야기의 미적 구조 속에서 피어나는 문장의 향기와 향미(香味) 좋은 수필의 요건이라고   있다.

 

 

   둘째는 이중액자 구조 활용하여 주제의 울림을 강화한다.  수필은 이중액자 구조로 조직하여, 외화인 액자 이야기 속에 내화(내부 이야기) 삽입한다. 이때 도입액자는 내화를 들려주게  동기나 기연(起緣), 혹은 목적 등을 서술하고 내화에서 보여주게  주제를 암시한다. 그리고 내화에서는 증언담이나 목격담을 들려준 , 종결액자에 이르러 내화의 이야기를 주제로 수렴하는 형태를 취한다. 이러한 이야기의 변형기법과 조직기법은 전적으로 구조적 안정감과 사실성의 창조를 위한 미적 변형에 목표를 두고 있다. 게다가 작가는 액자 부분은 1인칭으로 서술하고내부 이야기는 3인칭으로 서술하는 이중시점 사용함으로써 증언자나 목격자의 이야기를 듣는 식으로 서술 전략을 구사하여 사실성과 개연성을 강화시키는 효과를 거둔다. 셋째는 내화(내부 이야기) 옴니버스 구성법으로 조직하여 주제의 울림을 강조한다. 옴니버스는 본시 주제가 동일한 이야기를 몽타주 형식으로  곳에 모아 주제의 울림과 의미를 강화하는 기법이다.

 

   만일 작가가 이러한 창조 원리마저 거부한다면, 모든 예술작품은 발견 당시의 원소재를 변형 없이 늘어놓는 것에 불과하게 된다. 그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수필작품이 작가의 언어적 창조물임에도 불구하고 마치창조성이 가미되지 않은 천연 수석을 수집하는  다를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여전히 소재의 차원에 머물러 있을  예술작품으로서의 문학성을 창조하기 위한 작가의 노력이 전혀 반영될  없다는 한계성을 내포하고 있다.

 

    번째로 문학성의 창조에 기여하는 주요 원리로는 시점과 서술의 원리   있다. 시점은 주제를 효과적으로 형상화시키기 위하여 제재를 일관성 있고 통일성 있게 바라보는 관점과 거리, 시각, 위치 등을 함축한 개념이다. 앞에서 김소운은 이중시점을 활용하여 증언자나 목격자와 같은 위치에서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내화의 사실성을 창조한다. 뿐만 아니라, 시점은 일반적으로 어조(tone) 심미적 거리(psychical distance) 등을 유기적으로 활용하여 미적 효과를 거둔다. 서술의 원리 또한 문학성의 창조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서술의 상황에서는 다양한 수사학의 원리와 문장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하여 소통과정에서의 전달효과를 극대화시키고자 한다.

 

   예컨대직유와 은유, 환유와 제유, 의인, 풍유법 등을 활용하는 비유법 반복, 점층, 대조, 열거, 생략, 현재법 등을 활용하는 강조법, 그리고 설의, 인용, 반어, 역설, 도치, 절제법 등을 이용하는 변화법 적재적소에 원용함으로써 문학성을 배양하는  기여한다. 뿐만 아니라, 적절한 문체와 문채를 활용하는 것도 문학성의 배양에 크게 기여한다.

 

4. 철학성과 문학성의 

관계방식

   

   좋은 수필은 철학성과 문학성이 유기적으로 통합되어 역동적으로 상호 작용하는 작품이다. 그래서 철학성이 심오한 수필은 문학성 또한 풍부하고, 문학성이 풍부한 수필은 철학성 또한 심오한 것을   있다. 이러한 사실은 철학성과 문학성이 조화롭게 통일된 작품이 좋은 수필임을 보여주는 근거라고   있다

 

 일반적으로철학성은 작가가 작품 속에서 제시한 주제와 문제의식에 대한 깊은 통찰과 인식을 제공한다이에 비해문학성은 작품의 주제와 사상을 예술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형상화 과정과 방법을 제공한다. 그러므로 좋은 수필작품은  양자가 절묘하게 혼연일체가  작품이라고   있다. 작품의 철학성이 문학성에 논리적 근거를 제공하는 힘으로 작용한다면, 문학성은 작품의 철학성에 예술적 근거를 제공함은 물론 그것을 미적 감동의 힘으로 전환시키는 작용을 한다. 철학성은 자연스럽게 문학성에 스며들고, 문학성은 철학성 속에 스며들게 되어 유기적 통일체를 구축함으로써 작품성을 높이는  기여하게 된다. 그래서 좋은 수필은 철학성 속에서 문학성이 배어나오고, 문학성 속에서 철학성이 배어 나오는 절묘한 구조를 보여준다.

 

   수필의 철학성과 문학성이 만들어 내는  번째 상관성은 유기적인 상호작용을 하면서도 나름대로의 미학적 위계성을 지니고 있는 점에서 발견된다.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이 수필작품도 작가의 철학적 신념이나 가치체계인 사상이나 이념의 도움을 받는다. 이때 작가의 사상성이 빛나는 것은 그것이 문학성을 종속시킴으로써가 아니다. 오히려, 문학성 속에 사상성을 종속시키는 방식으로 통합될  미적 가치는 극대화   있다. 문학작품의 평가는  속에 내재한 철학이나 사상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문학적으로 형상화시키는 방법과 과정에 의해 평가된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 한다. 문학적 가치는 철학이나 이념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것들을 예술적 체험대상으로 형상화 시켜  문학성에 의해 결정된다는 뜻이다. 비록  양자 관계는 상호 유기적인 상관성을 지님으로써 작품성과 주제의 심도를 높이는  기여하지만, 미학적 위계상으로는 철학성이 문학성 속에 용해됨으로써 칸트의 주장처럼 자율성을 지닌 작품으로 탄생된다.

 

 

5. , 혹은 안개

 

    일주일 , 그를 찾아간 자리에서 나는 스러지고 있는 육신의 고토에 아직도 강렬한 눈빛을 간직하고 있는 그의 손을 잡고 중얼거렸습니다. “아우, 며칠  꿈속에서 보았어.” 그가 들었는지 조용히 웃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를 처음 만나던  내게 들려준 낯선 밀어가 생각납니다. “제주의 오름에서 비바람을 맞고 서있으면 엑스타시를 느껴요.”

 

   서두에서 갑자기  사진작가를 모델로  수필을 들이밀어 당황했을 겁니다. 일종의 낯설게 하기 효과도 있었겠지요. ‘수필 오디세이 수필의 본질을 찾아가는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수필 형식으로 쓰는 오디세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다양한 형식실험을 시도하게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