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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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대답 / 이도훈

에세이향기 2023. 1. 28. 23:19

대답 / 이도훈


동그란 감자 씨를
세 쪽으로, 세모꼴로 나누어 심었다
땅속은 난감했을 것이다.
땅속에서 골똘히 궁굴렸을까
갸우뚱, 세모꼴들은
동그랗게 바뀐다

한 알의 씨감자가
땅을 설득하고
요동치게 만들었던 것이다
지구의 소속이니까
별의 본을 떠올렸을 것이다

지진도 없이
울렁거리지도 않고
감자알 크기의 땅속을 내주는
여름 땅,
한 줌의 햇살과
한 손바닥 빗물만으로
둥글둥글 살찌는 감자는
삐걱거리지도 않고 툴툴거리지도 않고
모난 종자쯤은 스스로 버린다

봄, 세모에 단 한마디를 던졌을 뿐인데
주렁주렁 둥근 대답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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