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 / 이도훈
동그란 감자 씨를
세 쪽으로, 세모꼴로 나누어 심었다
땅속은 난감했을 것이다.
땅속에서 골똘히 궁굴렸을까
갸우뚱, 세모꼴들은
동그랗게 바뀐다
한 알의 씨감자가
땅을 설득하고
요동치게 만들었던 것이다
지구의 소속이니까
별의 본을 떠올렸을 것이다
지진도 없이
울렁거리지도 않고
감자알 크기의 땅속을 내주는
여름 땅,
한 줌의 햇살과
한 손바닥 빗물만으로
둥글둥글 살찌는 감자는
삐걱거리지도 않고 툴툴거리지도 않고
모난 종자쯤은 스스로 버린다
봄, 세모에 단 한마디를 던졌을 뿐인데
주렁주렁 둥근 대답을 듣는다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상落傷/오정국 (0) | 2023.01.29 |
---|---|
단골집이 없어진다는 것은/김완 (1) | 2023.01.29 |
그 겨울의 弓港/김경윤 (0) | 2023.01.26 |
풍치 - 김경윤 (0) | 2023.01.26 |
오십견/박일만 (0) | 2023.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