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의 弓港
김경윤
그 겨울 어데도 둘 곳 없던 마음이
먼저 바람처럼 포구에 가 닿았다
서해 물마루까지 눈시울을 붉히는 변산반도
거기 활시위처럼 팽팽한 궁항이 나를 끌어당겼다
이제는 표적을 잃어버린 마음 속 화살들 하나씩 꺼내어
저문 바다에 조약돌로 날려보냈다
병든 몸으로 생의 벼랑에서 적멸을 꿈꾸기도 하고
더러는 毁折한 세월*을 술잔으로 달래기도 했지만
살처럼 흘러간 지난 세월들을 생각하면
더럽게 타락해버린 자본의 세월을 향해
부질없이 내던진 죄없는 조약돌들은
다시 또 내 가슴에 와서 상처로 박혔다
그 날, 밀물드는 저녁 항구에서
그저 찬바람 속으로 쓸쓸하게 날아가던
둥지 없는 갈매기의 꿈을 생각하며 나는
또 얼마나 오래 어두운 별빛 아래서
나 대신 울고 있는 파도를 연민으로 달랬던가
그래도 그 겨울의 궁항에서 남몰래
누군가를 위해 주워 담은 붉은 조약돌 몇은
지금도 정원의 동백나무 아래서 제 빛깔 변치않고
그날 밤 바다에 빛나던 성성한 별빛들은
오롯이 가슴에 아픈 화살로 꽂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