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합 / 박일만
어머니는 꿰매신다
신접살림으로 장만해 온 이불을 꿰매고
강산이 여러 번 바뀐 옷을 꿰매고
식구들의 해진 양말을 꿰매고
속곳을 꿰매고
깨진 조롱박 바가지를 꿰매고
자식들이 벌여놓은 사건을 꿰매고
잔소리 하는 아버지 입을 꿰매고
터져 나오는 울분을 꿰매고
문틈으로 새어나가는 살림밑천을 꿰매고
행여 금갈세라
나이든 자식들의 우애를 꿰매고…
늘
꿰매는 삶이 주제인
어머니
< 박일만 시인 >
전북 장수 출생.
2005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사람의 무늬』『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 『뼈의 속도』
[여행노트]
요즘 거개의 똑 부러지는 젊은 어머니들은 찢어놓는 것이 주제다
무능한 아버지와 자식 사이를 찢어놓고. 형제 자매 사이를 찢어놓고
媤 자라면 시금치도 안 먹는다며 시댁 과의 관계를 찢어놓고
멀고 가까운 동기간을 찢어놓고 ....
이런 야멸 차고 셈 밝은 현대 적 여인상의 대척점에 , 어둠을 도려낸 듯한 호롱불빛 아래 좁장한 어꺠로 뭔가 늘 꿰매는 영상으로 떠오르는 어머니, 그 가여운 여인들
이 짧은 시를 마음으로 읽다보면 한 맺힌 옛 여인네들의 가혹한 삶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 진다
잔소리 하는 /아버지의 입을/ ..... 그 어머니는 늘 반찬 투정이나하는 못난 남정네의 입을 아주 봉해 버리지는 못하는 미봉책이나마 글쎄 궁시렁 궁시렁 할말은 하셧던가...
바늘을 들고 입을?? ....대목에선 웃음이 터져 나와야할텐데
밭일에 지친 몸으로도 헐벗은 입성으로 저녁상을 보아올리던 그 어머니의 마음이 전이되어 슬퍼지는가
하나같이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 의 주인공 들같은 ...
취해 늘어진 술집여자를 들쳐 업고 와선 안방에 눕히던 안면몰수의 아버지를 보며 자란 눈이 말똥말똥한 자식의 눈에 비친 비열한 아비 상.
아버지 x새끼/ 넌 입이 열개라도 / 할말이 없어... 라는 부성부정의 이성복 시인의 시처럼 봉건적 남성들은 비행이 많았었다. 물론 예외는 있었겟지만.
어머니는 단순히 작업으로서의 일상적 꿰매기를 넘어 남편과 자식새끼들이 저질러만 놓고 대책없었던, 빛ㅂ랜 흑백 필름을 되돌리면 재생되는 다양한 목록의 사건사고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다고 .꿰매는 봉합의 과정엔 연약한 여인네의 애간장이 다 녹고 화로처럼 속을 끓여야 햇으리라는 것을 .
미욱하여 그때의 그 어머니보다 나이가 훨씬 더 들어서야 이심전심으로 그 마음 체득하게 되었으니.
그러나 그 어머니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 그 하소연, 그 옛이야기를 이제 어디가서 들을고.
< 류윤모 시인 >
[출처] 시인과 떠나는 감성 여행 - <봉합>|작성자 박일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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