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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의 弓港/김경윤

에세이향기 2023. 1. 26. 03:22

그 겨울의 弓港


김경윤


그 겨울 어데도 둘 곳 없던 마음이

먼저 바람처럼 포구에 가 닿았다

서해 물마루까지 눈시울을 붉히는 변산반도

거기 활시위처럼 팽팽한 궁항이 나를 끌어당겼다

이제는 표적을 잃어버린 마음 속 화살들 하나씩 꺼내어

저문 바다에 조약돌로 날려보냈다

병든 몸으로 생의 벼랑에서 적멸을 꿈꾸기도 하고

더러는 毁折한 세월*을 술잔으로 달래기도 했지만

살처럼 흘러간 지난 세월들을 생각하면

더럽게 타락해버린 자본의 세월을 향해

부질없이 내던진 죄없는 조약돌들은

다시 또 내 가슴에 와서 상처로 박혔다

그 날, 밀물드는 저녁 항구에서

그저 찬바람 속으로 쓸쓸하게 날아가던

둥지 없는 갈매기의 꿈을 생각하며 나는

또 얼마나 오래 어두운 별빛 아래서

나 대신 울고 있는 파도를 연민으로 달랬던가

그래도 그 겨울의 궁항에서 남몰래

누군가를 위해 주워 담은 붉은 조약돌 몇은

지금도 정원의 동백나무 아래서 제 빛깔 변치않고

그날 밤 바다에 빛나던 성성한 별빛들은

오롯이 가슴에 아픈 화살로 꽂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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