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을 패며
오세영
장작은 나무가 아니다.
잘리고 토막 나서 헛간에 내동댕이친 화목(火木),
영혼이 금간 불목하니.
한 때 굳건히
대지에 뿌리를 박고
가지마다 무성하게 피워 올린 잎새들로
길가에 푸른 그늘을 드리우기도 했다만,
탐스런 과육(果肉)으로
지나던 길손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기도 했다만
잘려 뽀개진 나무는 더 이상
나무가 아니다.
안으로, 안으로 분노를 되새기며
미구에 닥칠 그 인내의 한계점에 서면
내 무엇이 무서우랴. 확
불 지르리라.
존재의 빈터에 버려져
처절히 복수를 노리는 저
차가운 이성,
잘린 나무는 나무가 아니다.
금간 것들은 이미 어떤 것도,
아무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