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웃 둥한 어깨 / 이재무
한쪽으로 형편없이 기운 어깨가
달팽이 걸음으로 계단을 오르고 있다
저 기울기는 시대의 풍속과 간난의 세월이 만든 것
들끓다 솟구쳐 오르는 불온한 피
몸의 제방이 되어 막아왔을 어깨
시간에 단련될수록 각질은 두꺼워진다
어깨는 적응 혹은 순응의 표상
그러나 큰 울음의 발동기 돌릴 때는
눈코입보다 먼저 시동이 걸리는 어깨
봐라, 저게 저 사람의 전력이다
질통, 책보, 따블백, 배낭, 가방 등속 메지는 동안
파인 홈과 돌출한 뼈
추 잃은 저울인 냥 기웃 둥한 생
수평을 잃은 높이는 때로 얼마나 불편하고 불안한가
반원으로 둥글게 몸을 만 사내가
계단 층층에 숨을 질질 흘리며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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