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표의 승천 / 문성해
줄이 끊긴 스티로폼 부표들이 하얗게 떠밀려 왔다.
아이들은 이 뒤웅박 팔자를 공처럼 발로 찼다
멀리 가지도 못하고 자잘한 스티로폼 알갱이들이
산란하듯 모래밭 위를 슬렸다 무리짓듯
몇 개의 흰 부표들이
소박맞고 돌아온 동네 누이들처럼 늘어났다.
태풍이 유난스럽던 늦여름 철이었다 배고프고
심심한 아이들은 바다의 박을 타듯
때 절은 부표들을 손으로 갈라냈다.
박속처럼 새하얗기만 부표들, 먹을 수 없는
궁기의 나날들이 철지난 바닷가에 모여졌다
떠도는 환멸처럼 모지라진 뒤웅박들 모여서
한때는 바다를 등질 담벼락을 쌓을 수 있을까
굴러온, 떠밀려온 바다의 수박처럼 든든했으나
더없이 가벼운 몸들은 그대로 잘게 부서지는 일뿐
녹지 않는 눈송이처럼 흩날리기만 할 뿐
바다를 떠나자, 잘디잔 알갱으로 저질러만 졌으니
가벼운 영혼보다 못한 몸집들을 쌓고
동네 어른들, 아이들 보는 앞에서 불을 지핀다
하얀 몸집에서 검굷은 연기가 급격히 피어오른다
아이들 하얀 공들이 날아오른다 소박맞은 동네 누이들
뒤웅박 팔자가 검붉게 타올라 사라져간다
바다 속에 뭐가 들었나 흰 문패처럼 다래끼처럼 매달린
그 바다의 찌를 불길이 하늘로 끄집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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