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물고기의 독백 (김영수) 나는 물고기였다. 어부의 그물에 걸려 횟집으로 팔려와 도마에 눕는 순간 나의 이름은 물고기에서 생선회로 바뀌었다. 머리부터 잘린 후 몸에 칼이 들어오는 게 물고기가 횟감으로 되는 평범한 수순이었다. 그런데 나는 두꺼운 나무 도마에 몸을 눕히자마자 눈동자 한번 돌릴 겨를도 없이 정신을 잃었다. 의식을 회복했을 때 내 몸의 껍질은 이미 벗겨져 있었고, 하얗게 드러난 알몸이 횟감으로 저며지고 있었다. 더는 생명이 없는 하얀 살덩이가 된 내 몸을 바라보았다. 한때 나는 저 살과 뼈로 대양을 가르며 부러움 없이 헤엄쳤지. 때로 수면 위 공중으로 뛰어올라 세상을 내려다보기도 하고 때로는 심연의 바닥에 닿을 만큼 깊이 은신하기도 했다. 터질 듯 부레를 부풀려 보란 듯이 우쭐거린 적도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