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그로브 / 장금식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 그곳에 들어서는 순간, 이쪽이 강이고 저쪽이 바다라는 경계가 사라진다. 인간과 자연의 경계마저도 사라지는 것 같은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나무뿌리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봉긋하게 웨이브를 넣은 여인의 머릿결처럼 활모양으로 굽은 가닥이 무리지어 있다. 가느다란 뿌리가 여러 개다. 어우러진 나무뿌리는 반쯤 펼쳐진 우산 같다. 빽빽이 우거진 초록 잎과 옹골차게 얽힌 뿌리는 오랜 세월 동안 흐트러짐 없이 응축된 시간의 흔적이다. 말레이 반도, 안다만해, 랑카위섬 지질공원 안에 있는 맹그로브 숲이다. 도드라진 뿌리는 나의 관심에 잔잔한 파문으로 화답해준다. 스피드보트가 속력을 낮추고 뿌리의 군락으로 다가간다. 나무의 속성에 대해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나무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