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향기

문향이 넘나드는 선방입니다

2024/09/06 2

꿈틀거리다 - 김승희

꿈틀거리다 - 김승희 어느 아픈 날 밤중에가슴에서 심장이 꿈틀꿈틀할 때도 괜찮아꿈이 있으니까 꿈틀꿈틀하는 거야꿈꾸는 것은 아픈 것토마토 어금니를 꽉 깨물고꿈틀꿈틀바닥을 네발로 기어가는 인간의 마지막 마음(김승희 시집 ‘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에 노래를’)  꿈을 가진 마음서점의 일상을 요약하자면 ‘고요한 가운데 번잡함’일 것이다.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게 하루를 보내고 밤이 오면 풀려버린 운동화 끈처럼 맥을 놓아버린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그즈음 서점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는 애틋한 동질감을 느낀다. 김종삼의 시 ‘묵화’ 속 할머니와 소처럼 서로의 부은 발잔등을 위로하고 싶어진다.그날 밤 찾아온 학생은 문 닫을 시간을 넘겨서까지 책장 앞을 서성였다. 잠시 후 계산대 앞에 다가선 그는 시집 말고도 작은 ..

좋은 시 2024.09.06

돌멩이들 - 장석남(1965~ )

일러스트=양진경돌멩이들 - 장석남(1965~ )  바닷소리 새까만돌멩이 너덧 알을 주워다책상 위에 풀어놓고읽던 책 갈피에도 끼워두고 세간기울어진 자리도 괴곤 했다잠 아니 오는 밤에는 나머지 것들물끄러미 치어다도 보다가 맨 처음이 돌멩이들 있던 자리까지를궁금해하노라면,구름 지나는 그림자에귀 먹먹해지는 어느 겨울날 오후혼자 매인늦둥이 송아지 눈매에 얹힌낮달처럼저나 나나살아간다는 것이,이렇듯 외따로 있다는 것이,  바닷가에서 주워 온 돌이 몇 개 있다. 까만 돌의 표면에는 물결무늬가 흐르고 파도 소리가 들려왔을 것이다. 몽돌이며 모서리가 덜 깎인 돌, 그리고 조각돌도 있었을 것이다. 시인은 그 돌로 책장을 눌러놓거나 집 안 살림에 쓰는 물건의 평형을 맞추려고 아래를 받치기도 한다. 그러다 돌이 최초로 놓여 있..

좋은 시 2024.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