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향기

문향이 넘나드는 선방입니다

좋은 시

내등의 짐/정호승

에세이향기 2024. 4. 3. 17:21

내등의 짐 

 

 정호승

 

 

내등에 짐이 없었다면

나는 세상을 바로 살지 못했을 겁니다

내등에 있는 짐 때문에 늘 조심하면서

바르고 성실하게 살아왔습니다.

이제보니 내등의 짐은 나를 바르게 살도록 한 귀한 선물이였습니다.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나는 사랑을 몰랐을 것입니다.

내 등에 있는 짐의 무게로

남의 고통을 느꼈고

이를 통해 사랑과 용서도 알았습니다.

이제 보니 내등의 짐은

나에게 귀한 사랑을 가르쳐 준

귀한 선물이였습니다.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나는 아직도 미숙하게 살고있었을 것입니다.

내 등에 있는 짐의 무게가 내 삶의 무게가 되어

그것을 감당하게 하였습니다

이제 보니 내 등의 짐은 나를 성숙시킨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나는 겸손과 소박함의 기쁨을 몰랐을 것입니다.

내 등의 짐 때문에 나는

늘 나를 낮추고 소박하게 살아 왔습니다.

이제 보니 내등의 짐은 나에게 기쁨을 전해준 귀한 선물이였습니다.

 

물살이 센 냇물을 건널 때는

등에 짐이 있어야 물에 휩쓸리지 않고

화물차가 언덕을 오를 때는

짐을 실어야 바퀴가 헛돌지 않듯이

내등의 짐이 나를

불의와 안일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게 했으며,

삶의 고개 하나하나를 잘 넘게 하였습니다.

 

 

 

 

내 나라의짐, 가족의 짐, 직장의 짐,

이웃과의 짐, 가난의 짐, 몸이 아픈 짐,

슬픈 이별의 짐들이

내 삶을 감당하는 힘이 되어

오늘도 최선의 삶을 살게 합니다.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벚나무를 읽는 저녁 / 최재영  (0) 2024.04.25
길이 그린 지도/강수니  (0) 2024.04.15
소금/이건청  (1) 2024.04.03
빈 자리가 가렵다/이재무  (0) 2024.04.03
장독대가 있던 집/권대웅  (0) 2024.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