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의 꿈
김추인
갯모래 머금은
혓바닥 하나 몸을 삼으니
석화된 입이 무기다
발바닥 생을 숨긴 집이다
만입이 다 열려 있어도
묵黙 묵黙 적寂 묵黙
어느 전생의 세치 혀가 불러온 업보인지
딱딱한 입술 두 쪽에
혓바닥 하나 숨겨 생애를 건너가는 중이다
물속에서 내다뵈는 것은
먼 깜박임
저건 시리우스 저건 좀생이 별
저기에도 생을 기댈 짭조름한 물이 있을까
바람 칠수록 명멸하는 찬란을 본다
머나먼 거기
뉘 손짓이 저리 반짝이는지
조개는 날개를 펴듯 움찔 움찔
패갑을 열었다 닫곤 한다
ㅡ시집『오브제를 사랑한』(미네르바,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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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의 꿈
-생명의 환(幻)
김추인
갯 모래 머금은
혓바닥 하나 몸을 삼으니
석화된 입이 무기다
발바닥 생을 숨긴 집이다
만입이 다 열려 있어도 적막한
묵언수행
어느 전생의 세치 혀가 저지른 죄업인지
딱딱한 입술 두 쪽에
혓바닥 하나 숨겨 생애를 건너가는 중이다
물속에서 내다뵈는 것은
먼 깜박임
저건 시리우스 저건 좀생이 별
저기에도 생을 기댈 짭쪼름한 물이 있을까
바람 칠수록 명멸하는 찬란을 본다
머나먼 거기
뉘 손짓이 저리 반짝이는지
조개는 날개를 펴듯 움찔 움찔
패갑을 열었다 닫곤 한다
―월간『유심』(2014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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