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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연근/김은

에세이향기 2021. 5. 24. 14:53

연근

 

김 은

 

진흙 먹으며 집 지켰고

가뭄으로 지붕이 내려앉을 땐

소금쟁이 다리 끝에서 생기를 얻었지

 

곧게 서서 물위에 푸른 지붕을 얹고

연분홍 황녀 같은 꽃 피워내어

증발하는 물 막고 비단잉어의 새끼도 받았다

 

살갗엔 거뭇거뭇한 반점들이 있으나

매끄러운 살빛에선 여자의 분 냄새도 난다

 

연근이 뽑혀나간 못

여기저기 둥글게 퍼낸 저 흔적은

숭숭 구멍 뚫린 어머니의 가슴팍이다

그녀가 부재중인 진흙은

어쩌면 자정능력을 잃을지도 모른다

 

꼬르륵 연못의 배 앓는 소리 들릴 때

힘겹던 그 세월, 우리

백분의 일이라도 헤아릴 수 있을까

 

말갛게 씻겨 도마에 오른 알몸 위에서

내 어머니 골다공증의 이력을 다시 본다

 

시집 『시계는 진화 중』 2021. 지혜사랑

[출처] 연근 / 김 은 |작성자 마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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