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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 - 이정록

에세이향기 2024. 6. 9. 07:33

홍어 - 이정록

욕쟁이 목포홍어집

마흔 넘은 큰아들

골수암 나이만도 십사 년이다

양쪽다리 세 번 톱질했다

새우 눈으로 웃는다

개업한 지 이십팔 년

막걸리는 끓어오르고 홍어는 삭는다

부글부글,을 벌써 배웅한

할매는 곰삭은 젓갈이다

겨우 세 번 갔을 뿐인데

단골 내 남자 왔다고 홍어 좆을 내온다

남세스럽게, 잠자리에 이만한 게 없다며

꽃잎 한 점 넣어준다

서른여섯 뜨건 젖가슴에

동사한 신랑 묻은 뒤로는

밤늦도록 홍어 좆만 주물럭거렸다고

만만한 게 홍어 좆밖에 없었다고

얼음막걸리를 젓는다

얼어 죽은 남편과 아픈 큰애와

박복한 이년을 합치면,

그게 바로 내 인생의 삼합이라고

소주병을 차고 곁에 앉는다

우리 집 큰놈은 이제

쓸모도 없는 좆만 남았다고

두 다리보다도 그게 더 길다고

막걸리거품처럼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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