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의 골목 / 이종진
저녁 찬거리는 고등어였다
살아온 날 만큼이나 무뎌진 식칼이
고등어의 푸른 등줄기를 몇 차례 내려치고
토막토막 나면서 오븐렌지 속에 들어가자
고등어는 결국 바다에서의 푸른 생을 끝냈다
한때 그는 한 가정의 가장이었으리
식솔들을 이끌고 바다의 이 골목 저 골목으로
밥을 찾아 끝없이 유영했으리
가끔은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우연찮은 골목의 끝을 지나
배고픔을 달래며 다시 되돌아온 적도 있었으리
오늘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은 참으로 길었다
골목마다 끝없이 출렁거리는 바다 물결에 밀려
얼마 만큼인지 흘러가고 나서야 나의 서투른
귀소를 짐작할 수 있었다
오늘 저녁은 모처럼 고등어 찜을 해먹자며
푸릇푸릇한 등줄기를 토막 내며
새 칼을 하나 사든지 아니면 숫돌에서 갈아야 한다며
무뎌진 식칼을 아내가 내 앞에 쓰윽 내밀자
난 내심 뒤로 물러나며
이보다 더 무뎌지고 헐렁한 칼을 갈기 위해
품에 넣고, 오늘 이 골목 저 골목을
어쩌면 저 고등어만큼이나 열심히 흘러 다녔는지
하루 종일 떠다닌 골목을
거꾸로 토막토막 내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