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품되는 밤
안정숙
청미래 마을은 100호 규격이다
명도가 지속적으로 밤하늘을 봉인했다
왼쪽에서 들여다보면 달이고
오른쪽에서 관람하면 창문의 나열이다
망개나무 경사는 거칠다
도시 불빛과 언덕의 어둠이
서로 다른 질감이듯
처음 본 별이 독특한 빛을 내놓는다
구불구불한 골목들
중간 붓처럼 생긴 고랑 본 적 있나요
오래된 조도를 소장한 가로등
검은 취객의 노래에 흐늑거린다
달빛이 낮은 지붕 사이사이를 칠한다
불 켜진 창문 속
두세 걸음 걷던 아기가 주저앉고
늦게 귀가한 사내가 젖은 발을 닦고
혼자 중얼거리는 노인이 전시되어 있다
너무 낯익어서 모르는 내일
그 밖의 무채색 창문들
가보고 싶은 꿈속 성향이 다르다
덧칠된 별들이 벗겨질 때마다
푸른빛으로 묘사되는 새벽이
채도를 높여간다
이번 전시는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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