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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품되는 밤/안정숙

에세이향기 2024. 8. 31. 09:19

출품되는 밤

                                                                                         안정숙

 

 

청미래 마을은 100호 규격이다

 

명도가 지속적으로 밤하늘을 봉인했다

왼쪽에서 들여다보면 달이고

오른쪽에서 관람하면 창문의 나열이다

 

망개나무 경사는 거칠다

 

도시 불빛과 언덕의 어둠이

서로 다른 질감이듯

처음 본 별이 독특한 빛을 내놓는다

 

구불구불한 골목들

중간 붓처럼 생긴 고랑 본 적 있나요

오래된 조도를 소장한 가로등

검은 취객의 노래에 흐늑거린다

 

달빛이 낮은 지붕 사이사이를 칠한다

 

불 켜진 창문 속

두세 걸음 걷던 아기가 주저앉고

늦게 귀가한 사내가 젖은 발을 닦고

혼자 중얼거리는 노인이 전시되어 있다

 

너무 낯익어서 모르는 내일

 

그 밖의 무채색 창문들

가보고 싶은 꿈속 성향이 다르다

 

덧칠된 별들이 벗겨질 때마다

푸른빛으로 묘사되는 새벽이

채도를 높여간다

 

이번 전시는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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