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의 활동
마침내 한줌이 되었다
얼마 만인가 이렇게 날아본 날이
돌멩이가 날아가고 있다
돌은 한동안 큰 돌 속에 틀어박혀 있다가
다 버리고 손 일부만 남겨 우리를 불러 세운다
한 방 먹이려고 우리가 집어든 것이 아니다
물수제비하려고 마음먹은 것도 물론 우리가 아니다
돌이 내 손을 붙잡은 것이다
솔숲 낮달 지나 밑도 끝도 없는 넓이를 지나
눈 부릅뜨고 펄럭펄럭 날아가는 돌
왜가리가 수면을 딛고 날아오르듯
돌멩이는 긴 다리를 꺼내어 물의 이마를 탕, 탕
힘껏, 밟는다
이 비상을 돕기 위해 수면은 바싹 엎드린다
납작하게 엎드리면 비로소 돌의 물갈퀴가 보인다
수만 년에 걸쳐 띄엄띄엄 행성을 도는
돌의 지동설을 믿게 되는 것이다
돌멩이라는 최초의 조류(鳥類)를 발견하는 것이다
돌 속은 돌로만 채워진 것이 아니다
저 돌멩이 한 마리 속에 나는 것, 뛰는 것, 기는 것
구르는 것, 흐르는 것, 꿈꾸는 것이 있다
하늘땅을 가만히 뜯어보니
돌의 팔다리가 보인다
날고기는 수천 마리 돌멩이가 보인다
돌의 건너편으로,
바깥을 한 바퀴 도는 돌의 종적이
주름살을 한번 폈다가
돌을 향하여 돌아오는 돌의 활동이
보인다, 풀로 채워진 듯 여기저기
셀 수 없는 돌의 연락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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