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잎타령
권갑하
연둣빛 더듬이 세워 아득한 허공 길을
팍팍한 돌서덜엔 환히 밝힌 호롱불꽃
덩굴손 움켜쥔 사랑 주렁주렁 맺어 놓고
김 모락모락 나는 흰쌀밥을 쌈해 먹는
밥물에 살짝 쪄낸 풋풋한 그 맛이란
강된장 구수한 향에 꺼끌꺼끌한 식감까지
잔칫집 돼지고기 시장에선 꽁치 조기
천렵 갈 땐 된장 고추장 주섬주섬 싸가던
넓적한 음식 보자기 가난마저 감쌌었지
넘실남실 넌출넌출 타고 넘는 한 생이라
후두둑! 빗발쳐도 온몸으로 받아내는
아버지 손바닥 닮은 뭉툭하니 두터운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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