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 최영철
쌀뜨물 같은 이것
목마른 속을 뻥 뚫어 놓고 가는 이것
한두 잔에도 배가 든든한 이것
가슴이 더워져 오는 이것
신 김치 한 조각 노가리 한 쪽
손가락만 빨아도 탓하지 않는 이것
허옇다가 폭포처럼 콸콸 쏟아지다가
벌컥벌컥 샘물처럼 밀려들어오는 이것
한 잔은 얼음 같고 세 잔은 불 같고
다섯 잔 일곱 잔은 강 같고
열두어 잔은 바다 같아
둥실 떠내려가며 기분만 좋은 이것
어머니 가슴팍에 파묻혀 빨던
첫 젖맛 같은 이것
시원하고 텁텁하고 왁자한 이것
어둑한 밤의 노래가 아니라
환한 햇볕 아래 흥이 오르는 이것
반은 양식이고 반은 술이고
반은 회상이고 반은 용기백배이다가
날 저물어 흥얼흥얼 흙으로 스며드는
순하디 순한 이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