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이명윤
죽음도 조금씩 숙성될 수 있어 좋다
죽음을 항아리에 담아 꽃처럼 피우는 일,
죽음이 차마 못다 한 말들
달빛 쏟아지는 담장 밑에 묻어 두고
그 울분을 천천히 삭이는 일
죽어도 무대가 끝나지 않아 좋다
납작 엎드린 생이던
구차하게 코가 낀 생이던
살아온 날들 알싸하게 발효되어서 좋다
어느 날 벌떡 일어난 죽음이
삶의 코끝을 쿡 찔러서 좋다
죽음의 지독한 말이
세상에 널리 널리 퍼져서 좋다
죽음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잎을 피운 죽음의 맛에. 엄지 척
즐거워하는 문상객들
둘이 먹다 둘 다 죽어도 좋다
죽음을 키워서 파는 동네에 가면
오랫동안 붉은 눈을 뜬 죽음이 곱절로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