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 장수영아침 안개가 들녘위에 이불처럼 누워있다. 안개 속에 잠긴 절집을 기대하며 팔공산 자락에 구름처럼 머무는 거조암을 찾았다. 절 초입에 들어서면 가지런한 담장너머로 반쯤 가려진 영산전이 단아하게 앉아있다. 그러면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듯 마음이 바빠진다.영산루 앞에 손을 모으고 섰다. 한 발 돌계단에 올라서려는데 물 흐르는 소리가 난다. 구름 한 점이 내려앉은 돌확에 감로수가 찰랑거린다. 한 모금 입에 머금고 속세에서 찌든 영혼을 말끔히 씻어내고 돌계단을 올라가니 석탑 뒤로 영산전이 민얼굴을 드러낸다. 단청도 하지 않은 수수한 모습이 따뜻한 남편의 품 같이 느껴진다.영산루를 거쳐 계단을 오르면 석탑이 영산전 앞에 단아하게 서 있다. 석탑에는 불자들이 한 장 한 장 매듭을 지어놓은 소원 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