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과메기 / 이영옥
바람을 무던히도 되받아치며
너는 그렇게 견디고 있었다.
단련된 맷집으로도 견딜 수 없는 것은
추억이 사라지는 일,
마른 아가미 속에 감추어둔 언약
바람 속에 뱉어내고
내장까지 훑어낸 뱃가죽에
행여 한 점 애간장이 묻어있다 해도
이젠 덮어두자
온 몸에 하얗게 소금 꽃 핀다
붙잡아도 갈 걸 뻔히 알면서도
하얀 손가락 흘리던 파도
아픈 듯 뒤돌아보면
가늘게 떨며 따라오던 구룡포 눈썹 달
줄에 묶인 과메기처럼 매운 바람을 헤엄쳐
스스로 깊은 맛을 품을 때까지
혹한의 중심부로 나를 밀어넣어야 했던 그해 겨울
진눈깨비 뿌려대는 국도를 따라오며
나는 뜻하지 않게 너와의 약속을 깨던 적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