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시
문 숙
너를 사랑하는 일이
떫은 맛을 버려야 하는 일이네
물렁해져 중심마저 버려야 하는 일이네
긴 시간 네 그림자에 갇혀
어둠을 견뎌야만 하는 일이네
모든 감각을 딛고 먹먹해져야 하는 일이네
겉은 두고 속만 허물어야 하는 일이네
붉은 울음을 안으로 쟁이는 일이네
사랑이란
일생 심지도 없이 살아야 하는 일이네
결국 네 허기진 속을 나로 채우는 일이네
- 시집〈기울어짐에 대하여〉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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