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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문명 / 박일만

에세이향기 2024. 5. 26. 13:43

문명 / 박일만

 

 

아파트 창문 너머 하늘이 사라졌다

공간을 채우며 빌딩이 점령했다

콘크리트로 덮이고

구름은 더 높은 곳을 찾아 떠났다

언뜻 보이던 햇빛도 장막 속으로 사라졌다

저 높은 건물 속에서

사람들은 공중 부양을 하며 살아갈 것이다

틈새에 끼인

키 낮은 초등학교가 숨을 헐떡인다

아이들은 비좁은 공간에서 콩나물처럼 자라

이 나라의 일꾼으로 나아갈 것이므로

어른들은 서슴없이 광장을 메꿨다

메꿔진 하늘

새 한 마리 날지 못하고

매미 한 마리 찾아오지 않는 마천루에서

사람들은 스스로 지은 날개를 차려 입고

가끔은 새처럼, 가끔은 매미처럼

엘리베이터에 붙어 소리 지를 것이다

인간의 세상은 사라지고

콘크리트 몸집들이 모여 사는 도시가 나타난 일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치부되었을 뿐

오고갈 길이 막힌 바람이

벽에 부딪치며 세찬 소리로 울어댄다

절규,

아우성,

벽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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