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집 [박후기]
선운사 배롱나무 관절을 어루만지다가
당신 멍든 복숭아뼈를 생각했습니다
몇 해 전, 날 저문 산길
부어오른 당신 복숭아뼈를 만지던
내 마음도 그만 쓸리고 접질렸던 것인데요
그날, 허리 숙여 절을 하며 엎드릴 때
당신 얼굴 슬며시 제 등에 업히더군요
* 요즘 학생들은 집에 책상과 의자가 있어서 책상다리를 하고 앉을 일이 없을 게다.
우리 땐 밥상 같은 접이식 책상에 이른바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야 했다.
몸의 하중이 복숭아뼈에 실리므로 물집이 잡힐 만도 하다.
좀 오래 되면 살이 단단한 껍질이 되어 시꺼먼 게 볼썽사납게 된다.
내 경우엔 왼발 복숭아뼈에 하중이 실려 시꺼멓게 껍질이 생겼고
가끔 껍질을 벗겨주어야 한다.
한 꺼풀 벗겨내도 다시 껍질이 생긴다.
평생을 어루만져주어야 되는 짐인 셈인데
마음의 상처도 그렇고 몸의 상흔도 그렇다.
짐이지만 늘 등에 업고 살아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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