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편지/전경린
정인들이 서로 오래 살아라 하는 뜻을 올봄에는 알 것도 같습니다.
마음만 흘러갈 뿐, 가엾고 방법이 없어. 세울에 기대자고 하는 일인 것을요.
다행이 영 어긋나지는 않고 한 철의 끝이라도 붙들고 피어 짧은 한때나마 손 붙들어보고 관절을 부딪치고 얼굴을 익히고 지는 온갖 봄꽃들... 이리 무거운 얼굴을 이고 비에 젖고 햇볕에 타고 바람에 흔들리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꽃잎이 지니, 고마워요.
사람 사라진 자리의 어둠, 꽃 진 자리의 어둠, 이 창자 속 같은 봄밤의 어둠... 내 분별의 모서리로 잘못 건드리면 먹물이아프게 터질 것만 같아 난 혀를 숨기고 둥글게 둥글게 춤을 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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