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에 대하여
이재무
[감상] 굴욕에 대해서라면 참 할 말이 많다. 일상에서보다 시의 세계에 입문하고서 굴욕이 더 많았고, 컸고, 아팠다. 유명한 시인이 내가 시인인 줄도 모를 때, 행사갔는데 통성명도 안 하고 그냥 시나부랑이나 끄적이면서 놀러다니는 족속인 줄 알 때, 두고보자, 나도 너를 모른 척 할 때가 있을 것이니! 시의 칼로써 너를 벨 때가 있을 터이니! 그렇게 되씹었던 적 있었다. 없는 살림에 뻣뻣한 무릎이 문제였다고 하는 시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세상은 자주 온갖 이유로 나를 굴욕의 함정으로 밀어넣고 있으니 여린 자존의 살갗 뚫고 나오는 굴욕의 탁한 피를 흘릴 밖에! 거듭되는 행위가 이력과 습관을 만들고 수모도 겪다 보면 수치가 아닌 날이 오게 된다. 마침내는 합리로 분식한 타성의 진리를 일상의 옷으로 껴입고 사는 날이 도래하는 것이다. 다 닳은 마음연골을 나만 모른 척 하며 살았던 것. 무릎이 던지는 질책을 애써 외면한 밤마다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이인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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