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목臥木/ 최경숙 나무가 기어간다. 달팽이가 더듬이를 세워 포복하듯 나무 둥치가 땅에 붙었다. 땅에 누워 몸통을 박은 뿌리는 머리를 하늘로 쳐들었고 줄기는 네댓 개 팔처럼 벌렸다. 생명을 놓치지 않으려는 몸부림인가. 욕망이 생존의 표상으로 비친다. 생명의 끈질김. 밤낮으로 기어가는 나무의 기운이 백 년의 세월을 이겨낸다. 태어나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생명은 없다. 새도 벌레도 사람도 태어나는 곳은 물론, 자라는 곳 죽는 곳도 쉼 없이 바뀐다. 개체마다 종족마다 매번 장소가 달라진다. 하지만 나무는 한 곳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라고 같은 곳에서 죽는다. 땅에 누운 고목의 몸체를 보니 그 생각이 더욱 뚜렷해진다. 김수로 왕릉공원을 찾았다. 유년시절을 추억하며 숲속으로 들어섰다. 가락국의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