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병원에서 / 김덕임 온몸이 벌겋다. 호미는 모루 위에서 알몸으로 두들겨 맞고 있다. 쇠망치를 든 사내의 이마는 진땀으로 번들번들하다. 그는 작은 몸이 불덩이로 변해버린 몽톡한 호미를 엎었다 뒤집었다 한풀이하듯 두들긴다. 쇠와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강자끼리 겨루는 힘의 꼭짓점. 아니다. 닳아버린 무쇠붙이에게 수백 도의 불까지 먹여가며 마음대로 구부렸다 폈다 굴복시키는 영악스런 인간의 불 고문이다. 수원 지동 못골시장 ‘동래 대장간’, 요즘도 누가 대장간을 찾을까? 그런데 오늘 그곳을 긴하게 찾게 되었다. 자루는 깨지고 날도 무너져서 고철이 되어버린 녹슨 호미를 데리고서. 이 호미는 시어머니가 생전에 쓰던 것이다. 그때는 어머니의 갈퀴 손과 하나인 듯 경계가 없었다. 지금도 깨진 자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