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콩 이야기 / 문갑순 나는 콩입니다. 콩깍지 속에서 형제자매들과 꼭 붙어 앉아 '콩콩콩'하고 내 이름을 불러 봅니다. 촌스러운 듯 하면서도 참 다정한 이름입니다. 나는 순수한 보라색 꽃을 피우고 가을이 깊어 가면 깍지 속에서 동그란 모양새를 가다듬습니다. 하도 오래되어 내가 어디서 이 한반도까지 오게 되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나의 DNA를 추적해 보면 아득한 옛날 오륙천 년 전 드넓은 만주 벌판이 아스라이 기억납니다. 본디 나는 이렇게 통통하고 탐스러운 모양새는 아니었던 듯합니다. 기름진 토양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태양빛을 마음껏 받으며 나는 나대로의 삶의 찬가를 불렀지요. 그때 나와 함께 그 지역에 살던 백의민족, 선량하고 현명하던 그 백의민족은 나를 발견한 기쁨에 천지신명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