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기 / 임병식 등산길에서 옛날처럼 소를 몰아 쟁기질하는 광경을 보았다. 아침 일찍 시작했는지 이른 시간인데도 마른 논 두 이랑을 갈아엎고 세 번째 이랑에 접어들고 있었다. 곁에 서서 바라보니 쌓인 두둑이 정연한데, 물기가 축축하다. "이랴, 이랴" 부리는 소가 힘이 넘치는데도 농부는 연이어 다그친다. 그러니까 부리망을 쓴 소는 목을 길게 빼고 눈을 크게 한번 희번덕거리더니'이래도 내가 더딘 거야' 하는 듯 잰걸음을 옮긴다. 그러니까 몸에 매달린 쟁기의 속도도 빨라지며 상쾌한 마찰음을 내고, 보습 날에 떠 담긴 흙이 볏을 통해 위로 치솟으면서 고꾸라져 뒤집힌다. 그런 쟁깃밥이 아주 볼만하다. 이 정도의 솜씨라면 소도 농부도 상머슴이지 싶다. 옛 사람들은 머슴이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쟁기질과 이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