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젓 항아리 / 장경미 입이 푼푼한 항아리에 가을빛이 흥건하다. 각진 소금에 살찐 새우등이 톡톡 터지는 소리가 오후 햇살을 튕긴다. 소금의 짠맛에 구부렸던 고집마저 내려놓았는가. 딱딱하고 날카롭던 껍질이 흐물흐물 녹아내려 색의 절정을 이루었다. 뽀얗게 우러난 빛깔이 곱기도 하다. 작은 몸에 담았던 바다가 풀어져야 맛의 결정체를 이루는 추젓. 구룡포 조용한 마을 한 자락에서 가을의 깊은 맛을 내던 추젓이다. 배릿한 바다 냄새 속에 꾹꾹 눌러 보내온 추젓을 풀자 고모의 눈물이 철철 흘러넘친다. 소금과 새우가 만들어놓은 뽀얀 국물 속에는 고모의 처절한 삶이 녹아있다. 쉬이 놓지 못하고 떠나보낼 수도 없는 바다가 담겼다. 가을 바다를 넉넉히 품은 추젓을 고종 동생은 무척이나 좋아했다. 한 숟가락 듬뿍 떠서 콩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