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모산댁/ 김용삼 단단한 채비가 무색하게도, 그녀가 금세 걸음을 멈춘다. 집 근처 공원을 고작 두 번 돌았을 뿐인데 더 이상은 버거운 듯하다.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듯 위태위태하다. 나도 신발코를 나란히 하여 그녀의 걸음에 힘을 보태지만, 아들의 호위가 그다지 도움이 안 되는 눈치다. 길모퉁이의 허름한 벤치가 그녀의 구원투수다. 짐을 부리듯 무거운 육신을 내려놓고, 후유, 길게 숨 한 자락을 쏟는다. 군데군데 막힌 혈관 탓인지, 수시로 칼에 베인 듯 아리다며 나에게 다리를 맡긴다. 주무르는 손길에 기름기 빠진 그녀의 다리뼈가 느껴진다. 그녀는 내 어머니, 모산댁이다. “할머니, 내일 아빠 산소, 같이 가실래요?” 그녀가 영양제를 맞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손녀의 전화 때문이었다. 선산 한편에 한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