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혼불 / 김용삼 버스가 시내를 벗어나자 속도감이 완연해진다. 서너 시간의 여유 탓인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도탑게 인사를 나누던 일행들이 하나둘 노루잠을 청하고 있다. 차분하게 비 오는 날의 서정을 누리기에 제 격인 분위기다. 살며시 커튼을 들추어 바깥을 살핀다. 출발할 때 쏟아지던 발비는 어느새 실비로 잦아들고 있다. 빗방울은 버스의 속도감에 끈질기게 저항하며 유리창으로 몸을 던진다. 그러나 빗살무늬의 긴 빗금을 긋곤 이내 허공으로 튕겨나간다. 속도에서 탈락한 빗방울들은 뒤따라오는 차의 전조등에 투사되어 폭죽처럼 부서져 내린다. 허공으로 점묘되어지는 빛의 파편들은 오래 전 고향의 밤하늘을 물들이던 반딧불이의 군무와 오버랩 된다. 망연하게 비와 반딧불이의 추억을 오가다문 득 내 기억 한 켠에 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