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조/황진숙 반란이다. 소리소문 없이 출몰한다. 가끔 기별은 있었지만 설마 별일이야 있을까. 예고도 없이 야밤에 들이닥쳤다. 붉어지는 얼굴을 보며 자고 나면 괜찮겠지. 며칠 있으면 가라앉으려니 했다. 날이 갈수록 기세를 더한다. 얼굴에서 가슴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벌겋게 데운다. 따갑고 화끈거린다. 내 숨통을 틀어쥐고 숨 쉴 적마다 콧구멍으로 입으로 뜨거운 김을 쏟아낸다. 작정하고 열을 내며 달려드니 속수무책이다. 물기란 물기는 모조리 빨아들이며 사막화시킨다. 가뭄의 논바닥처럼 균열을 일으킨다. 내 천(川) 자 주름, 팔자주름, 삼 주름 등 고인 주름은 모두 저리 가라며 새로운 골을 긋는다. 턱에 볼에 이마에 뾰루지를 올리며 철퍼덕 자리 깔고 누워 버린다. 오만 성깔을 부리는 홍조를 달래기 위해 진정팩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