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율 / 유현주 TV채널을 돌리다‘국악한마당’과 마주쳤다. 비췻빛 한복을 입은 여자가 창을 하고 한편에 두루마기 차림의 남자가 장구를 치고 있다. 장구는 소리를 밀었다 당기고 때때로 튕겨주며 가락과 조화를 이룬다. 화면을 응시하다 나도 모르게 흐름 따라 손가락 장단을 맞추고 있다. 이런 시간과 마주하면 한때 저 자리를 지키신 적이 있던 아버지가 떠오른다. 마치 수십 년 후에 찾아낸 일기장을 보는 듯 소중한 기억도 살아난다. 그중에 지금도 시골집 안방 선반에 놓여 있는 장구를 만들던 때는 더없이 특별하다. 내 바탕이며 정서의 원류가 된 날들이기도 하다. 아버지의 본업은 농사꾼이지만 표면적인 것이었다. 누가 뭐래도 당신께서 평생 업으로 여긴 것은 시조창(時調唱)이었고 동반되는 것이 장구였다. 농번기에는 피치..